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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약 평가' 키움이 한화 잡고 6연승...이 반전 만든 주역은 '만년' 백업 포수

'1약' 평가를 받던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잠재우고 6연승을 거뒀다. 이 흐름을 누가 이끌고 있을까. 포수 김재현(31)을 빼놓을 수 없다. 키움은 지난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와의 주말 3연전 2차전에서 7-6으로 신승, 지난달 30일 고척 LG 트윈스전부터 6연승을 달렸다. 개막 첫 네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디펜딩 챔피언' LG 상대로 올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거뒀고, 대구 원정에서 연패에 시달리던 삼성 라이온즈를 가볍게 제압한 뒤 올 시즌 첫 10경기에서 8승(2패)을 거두며 달아오른 한화를 상대로도 연승을 거두며 3연속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 5일 한화 1차전은 키움 타선 특유의 소총 폭격이 위력을 발휘했다. 5회 말 공격에서 '빅리거' 출신 류현진을 상대로 연속 7안타를 치며 7점을 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엔 지난 시즌 대표 루키였던 김서현을 상대로 3점을 더 뽑아냈다. 6연승 기간 모두 7득점 이상 기록했다. 이 기간 10개 구단 중 팀 타율(0.321)과 팀 득점(52) 모두 1위였다. 화력만큼 돋보인 게 선발진이다. 키움은 3월 30일 LG전 하영민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뒀다.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국내 투수 하영민과 김선기가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팀 리드를 지켜내는 투구를 해줬다. 지난 6경기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2.38. 리그 1위다. 키움은 이정후와 안우진이 각각 메이저리그(MLB) 진출과 군 입대로 이탈한 탓에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2차 드래프트에서 거포 내야수 최주환을 영입했고,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 조상우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은 부족해 보였다. 다른 외부 보강은 없었다. 오히려 지난 시즌 마무리 투수였던 임창민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며 불펜마저 흔들렸다. 키움 6연승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포수 김재현이다. 2년 차 김동헌에 밀려 개막 첫 두 경기는 결장과 교체 출전했던 그는 김동헌이 2군행 지시를 받은 뒤 선발 포수로 나섰다. 3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2-6 패전을 막지 못했지만, 다음 경기였던 29일 LG 3연전 1차전에선 후라도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이끄는 등 팀 실점 3점으로 막아냈고, 이후 연승 기간 동안 안방을 지키며 안정감 있는 투수 리드를 보여주고 있다.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을 무너뜨린 5일 한화전에서 빅이닝 신호탄을 쏜 게 그였다. 키움이 0-4로 지고 있던 5회 말 1사 1·3루에서 류현진의 바깥쪽(우타자 기준) 커브를 잡아당겨 3루를 스치고 외야로 뻗는 2루타를 치며 키움의 첫 득점이자, 류현진 상대 첫 적시타를 쳤다. 이후 키움은 연속 6안타로 한국 야구 대표 투수를 무너뜨렸다. 김재현은 LG 3연전 2·3차전에서도 연속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공격에 기여했다. 2012년 8라운드에서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김재현은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한 번뿐인 '만년' 백업 포수다. 가장 빛난 시즌은 116경기에 출전해 625이닝을 소화했던 2018시즌이다. 3월 27일 고척 LG전 10회 말 타석에서 2018시즌 1호 끝내기 안타로 키움(당시 넥센)의 5-4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박동원(현 LG) 이지영(현 SSG 랜더스) 등 선배 포수들에 가려 1·2군을 오간 김재현은 팀이 리빌딩 체제를 본격 가동한 지난 시즌은 더 존재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은 키움의 반전을 이끌고 있는 키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 주 임무인 투수 리드에서 기록으로 나타나는 변화를 끌어냈고, 타선에서도 신 스틸러 역할을 하고 있다. 투·타 컨디션 사이클이 상승 곡선을 타기도 했지만, 그가 주전 포수를 맡은 뒤 키움 경기력이 살아난 건 분명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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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포수할래?" 이강철 감독의 의미심장한 농담

"(강)백호야, 포수할래?"더그아웃에 앉아있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내야수 강백호가 지나가자 그를 불러 세웠다. "포수 해볼래?"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포수로 뛰었고 프로에서도 두 차례 포수 마스크를 쓴 적이 있다. 물론 농담이었다. 하지만 진심도 담겨 있었다. 그만큼 현재 이강철 감독은 포수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KT엔 부동의 주전 포수 장성우가 있다. 프로 14년차 베테랑 포수로서 지난해에도 131경기에 나와 KT의 안방을 지켰다. 2018년 이후로 6시즌 연속 800이닝 이상 포수 마스크를 썼다. 타석에서도 2할대 후반의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꾸준히 때려내며 '공포의 5번 타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의 올해에도 주전 안방을 지킬 예정이다. 하지만 장성우 한 명 만으로 144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백업 포수들이 적절히 나와 장성우의 체력 안배를 도와야 한다. 여기서 이강철 감독의 고민이 만들어졌다. 최근 KT는 김준태와 강현우를 꾸준히 기용하며 백업 포수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다. 두 선수 모두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믿음을 주지 못했다. 지난 11일 수원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가 그랬다. 장성우 대신 두 선수가 번갈아 포수 마스크를 꼈는데, 이날 폭투 1개와 도루를 5개나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블로킹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도루 저지를 위한 송구도 좋지 않았다.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이들을 불러 직접 포수 수비 지도를 하기도 했다. 19일 예정됐던 롯데 자이언츠와 경가 비로 취소되면서 KT는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백업 포수 고민은 지워내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포수가 수비가 돼야 하는데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아쉽다. 장성우 하나만으로는 풀 시즌을 치르기 어려운데 고민이 많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행히 두 선수의 타격감은 좋다. 김준태는 1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강현우도 12일 SSG 랜더스전 1안타, 15일 한화전 1안타 2타점, 17일 KIA 타이거즈전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수비가 좋아진다면 KT의 안방 고민은 한층 덜어질 전망이다. 윤승재 기자 2024.03.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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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공격형 포수' 캠프 합류 불발...백업 1옵션은 '특급 강견' 손성빈

현재 롯데 자이언츠 괌(1차) 스프링캠프 현장엔 포수진 2옵션 정보근이 없다. 그는 지난해 마무리캠프 중 파울 타구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맞고 골절상을 당한 뒤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재활 치료 중이고 개막이 지나서도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2시즌 지시완의 백업 포수로 시작해 팀 내 가장 많은 수비 이닝(585과 3분의 2)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준 정보근은 지난 시즌(2013)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입단한 유강남의 백업으로 228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한 선수가 1000이닝 이상 소화하는 게 어려운 포지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지시완이 맡아준 228과 3분의 2이닝을 주전 유강남에게 큰 힘이 됐다. 예년이라면 정보근 이탈로 적신호가 켜졌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현재 롯데는 포수진 뎁스(선수층)이 두껍다. 특히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레이저 송구'로 도루 저지 능력을 증명한 손성빈(22)이 있다. 2021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특급 유망주로 병역 의무를 빨리 해결해 팀에 복귀했다. 지난 시즌 누상 주자가 10번 시도한 도루 시도 중 7번을 잡아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선수다. 주전 포수 유강남은 올겨울 체중 감량을 크게 해내며 지난 시즌 타격 부진을 만회할 생각이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과 피치클락이 도입되는 올 시즌, 포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수준급 백업 포수의 존재는 주전 체력 안배뿐 아니라 팀 수비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손성빈은 도루 저지 능력, 정보근은 평균 이상의 투수 리드와 타격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두 선수의 경쟁 시너지가 롯데 안방 전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였다. 당장 경쟁 시너지를 바랄 순 없지만, 정보근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해 생기는 변수는 손성빈이 막아줄 것 같다. 롯데에 '포수 기근' 현상은 이제 옛날 말이다. 롯데 안방 전력 향상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포수 조련사' 김태형 감독이 부임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7년 연속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 감독은 포수에게 바라는 바가 명확한 지도자다. 이미 유강남도 김태형 감독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2.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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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KIA, 오키나와 마캠 시작...자리 경쟁 연장선

마무리 캠프는 통상적으로 한 시즌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몸 상태 회복에 집중한다. 코칭스태프는 정규시즌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나 신인들의 기량을 점검한다.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KIA 타이거즈의 올해 마무리캠프는 예년과 다른 기류로 진행될 것 같다. 마치 정규시즌 막판의 자리 경쟁 연장선상 분위기다. 우선 2023 정규시즌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던 외야수 이창진과 이우성이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여기에 '거포 기대주' 김석환과 '수비 스페셜리스트' 김호령까지 오키나와로 향했다. 이우성은 올 시즌 데뷔 처음으로 3할(0.301) 타율과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이창진은 2022시즌 타율 0.301를 기록하며 주전 좌익수를 지켰다. 2024시즌 KIA 외야진 주전 구도는 예상하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재계약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최원준도 주전을 보장받기엔 애매한 성적을 남겼다. 주전 한자리, 백업 1옵션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2시즌 동안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한 이우성과 이창진은 마무리캠프에서 고삐를 당기고 있다. 안방도 마찬가지다. 전반기 막판 주전을 맡았던 한승택이 이탈한 뒤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신범수와 2023 정규시즌 막판 새 주전 포수 김태군을 제치고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던 한준수가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KIA는 지난달 16일 김태군과 장기 계약(기간 3년·총액 25억원)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젊은 포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김태군이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했다. 미래 주전 포수 확보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줄 것이라는 의미다. 보통 1군 엔트리에 포수 3명을 넣는다. KIA는 주전에서 밀린 한승택,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권혁경도 있다. 마무리 캠프지만, 스프링 캠프에 버금가는 경쟁 기류가 흐를 전망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KIA는 지난달 26일 지난 5년 동안 투수진을 지도했던 서재응·곽정철 코치와 결별했다. 서재응 코치가 팀을 떠난 걸 두고 KIA 팬 원성이 크다. KIA는 새로 영입한 정재훈 코치에게 1군 메인 투수 코치 자리를 맡겼다. 마무리캠프는 차기 시즌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젊은 투수들을 발굴하는 시간이다. KIA는 신인 투수만 3명(강동훈·김민재·최지웅)을 참가 선수 명단에 넣었다. 이번 마무리캠프는 정재훈 코치의 안목과 지도력 검증이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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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3개월 줄다리기 끝 동행 결정...KIA-김태군 모두 윈윈

포수 김태군(34)과 KIA 타이거즈가 긴 줄다리기 끝에 동행을 결정했다. KIA는 지난 16일, 김태군과 기간 3년·총액 25억원(연봉 20억원·옵션 5억원)에 비(非)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KIA는 지난 7월 4일 주전 내야수 류지혁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고 김태군을 영입했다. 공·수 기여도가 낮았던 포수 포지션을 보강해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위한 전력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트레이드 직후 심재학 KIA 단장은 "김태균이 올 시즌(2023)이 끝나고 FA가 되는 것도 염두에 뒀다"라고 했다. 장기 계약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김태군의 에이전트와 권윤민 KIA 운영팀장이 트레이드 성사 열흘 뒤 만나 의견을 주고받았다.협상은 더졌다. 계약 규모를 두고 이견이 컸다. 결국 8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9월 이후 6년 차 신예 포수 한준수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며, 김태군과 KIA의 동행이 2023년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정규시즌 최종전(17일 NC 다이노스)을 앞두고 결국 계약을 성사했다. 김태군 측은 총액, KIA는 옵션 규모 등 세부 항목에서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KIA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지난해도 주전급 선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신인 지명권(2023년 2라운드)을 키움 히어로즈에 내주며 박동원을 영입해 주전 포수를 채웠지만, 장정석 전 단장이 선수와의 면담에서 뒷돈을 요구하는 등 협상 과정에서 신뢰가 깨지며 FA 계약에 실패했다. 김태군까지 놓쳤다면 구단의 협상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주전 포수 걱정도 없다. 김태군은 이적생 신분에도 KIA 투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6월까지 부진했던 좌완 선발 투수 이의리가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 그의 반등을 이끌었다. 김종국 KIA 감독도 "내년 시즌에는 초반부터 김태군이 안방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투수들도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KIA는 김태군과 계약한 기간 동안 기존 백업 포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승택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 자리를 메운 신범수, 후반기 공·수 몯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1차 지명(2018년) 유망주 포수' 한준수,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권혁경 등 미래 주전감이 꽤 많다. 김태군은 후배 포수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수다. 그는 "나도 백업으로 뛰면서도 (NC에서 함께 뛰었던) 양의지 선배와 (삼성 동료였던) 강민호 선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내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KIA 후배들에게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10월 더그아웃 한 쪽에서 한준수와 얘기를 나누는 김태군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김태군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계약이다. 그는 2019시즌 뒤 FA 권리를 행사했지만, 시장 한파 속에 미아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그는 결국 원소속팀 NC와 13억원(기간 4년)에 계약했다. 2019년부터 4년 동안 양의지·강민호에 밀려 백업 포수로만 뛰었다. 하지만 KIA 이적 뒤 주전급 기량을 증명했고, 4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몸값을 높이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0.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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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 국대 포수 100% 대체했다…박유연 "더 치고 나가는 선수 될게요"

"여기에서 떨어지지 않고 더 치고 나가는 선수가 되겠다."'포수 왕국'에 새 얼굴이 더해질 수 있을까. 박유연(24·두산 베어스)이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의 공수 활약을 적어도 하루 동안 완벽하게 대신했다.박유연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전에 8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 팀의 5-3 승리 주역이 됐다. 2017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 입단한 박유연은 이날 경기 전까지 1군 통산 5안타에 그쳤던 백업 포수였다. 양의지부터 박세혁까지 주전 포수진이 탄탄했던 두산에서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43경기 타율 0.305, 2019년 51경기 타율 0.290을 기록하는 등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조금씩 잠재력을 보여왔다.그러던 중 1군에 자리가 생겼다. 4+2년 최대 152억원을 받고 친정팀에 돌아와 팀의 투타를 이끌던 양의지가 돌연 옆구리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결장 예상기간도 2~3주. 양의지의 공백은 팀의 위기인 동시에 젊은 포수들이 시험받을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박유연은 일단 그 기회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디뎠다. 지난 6일 KT 위즈전 1타수 무안타로 올해 첫 타석을 소화한 데 이어 8일 공수 활약으로 이승엽 감독에게 실력을 충분히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경기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박유연은 "KT전 때는 경기 후반에 나갔는데, 그때는 많이 떨렸다. 그 이닝이 지나고 나니 긴장이 풀리더라. 그래도 작년에 좀 뛰어봐서 긴장이 바로 풀리더라"고 6일 출전을 떠올렸다. 콜업되면서 가족과 연락했냐고 묻자 "부모님께서 어제 전화하셨다. '떨지 말고 잘 해'라고 하셨는데, 안 떨고 잘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양의지 대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부담은 있었지만, 코치님들이나 형들이 '나가서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서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양의지의 조언은 없었을까. 박유연은 "의지 선배는 그냥 툭 치고 말 없이 가셨다"고 웃었다.이날 친 2루타는 그의 1군 데뷔 첫 장타였다. 소감을 묻자 박유연은 "사실 치고 난 후 타구를 끝까지 보지 못해 그렇게 멀리갈 줄 몰랐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번이라도 더 할 걸 싶었다. 그랬으면 담장 밖을 넘어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잘 맞은 게 처음이었다.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고 친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것 같다. 손맛이 좋았다"고 웃었다.수비에서도 영건 최승용과 호흡을 맞추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유연은 "오늘 경기 시작 전에도 승용이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승용이 구위가 워낙 좋아서 초반에 공격적으로 리드했다. 승용이도 자신감이 생겨 잘 따라왔다"고 설명했다.박유연의 목표는 잠시 대체 선수로 1군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1군 백업 포수를 경쟁할 수 있고, 나아가 포수 왕국 두산 선수답게 큰 꿈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시즌 초 너무 타격이 안 돼 연습을 많이 했다. 나와서 혼자 (훈련하며) 치니 자연스럽게 좋아졌다"면서 "이제 여기에서 떨어지지 않고, 좀 더 치고 나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8.0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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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강민호에 가렸던 김태군, KIA 포수의 리더로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살아온 김태군이 모처럼 주전 안방마님이 됐다. KIA 타이거즈의 안방을 책임진다. KIA는 지난 5일 내야수 류지혁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고, 포수 김태군을 받는 1대1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김태군은 트레이드가 이뤄진 5일 인천 SSG 랜더스전 시작 1시간여 전에 도착해 8회 교체 출장했다. 6일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해 양현종과 배터리 호흡을 이뤄 7-6 승리를 이끌었다. KIA는 지난해에도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박동원을 트레이드 영입했다. 박동원은 시즌 종료 후 LG 트윈스와 FA(프리에이전트) 계약해 떠났다. KIA는 자체 포수 육성을 기대했지만, 여의찮았다. 팀 성적이 9위까지 떨어지자 결단을 내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먼저 트레이드를 제의하자 카드를 맞췄다. 김태군에게도 새로운 기회다. 김태군은 2008년 LG 입단 후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2012년 100경기에 출장했다. 이듬해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NC 다이노스로 이적, 단숨에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2015년 144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6년(2012~17년) 연속 100경기 이상 나섰고, 2017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뽑혔다. 그러나 한순간에 자리를 잃었다. 김태군이 2018년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사이, NC가 2019년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현 두산 베어스)를 영입한 것이다. 김태군은 2019년 8월 전역해 팀에 합류했으나 백업 포수로 밀려났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후에는 시장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결국 기대보다 적은 4년 13억원의 계약으로 NC에 잔류했다.김태군은 2021년 지명타자로 주로 나선 양의지보다 더 많은 수비 이닝을 책임지며 주전급에 가까운 백업 포수로 활약했다. 어느 팀에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었지만, 국가대표 포수에 가로막혔다. 김태군은 2021년 12월 심창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당시 삼성에는 또 한 명의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있었다. FA 협상 중이던 강민호가 삼성을 떠나고, 김태군이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기도 했다. 삼성은 김태군을 데려오고 열흘 뒤 강민호와 FA 계약을 완료했다. 김태군은 삼성에서도 백업 포수였다. 그러나 트레이드를 통해 김태군은 다시 주전 포수가 됐다. 현재 KIA에는 주효상(256경기), 신범수(96경기), 한준수(12경기) 등 젊은 포수들로 가득하다. 김종국 KIA 감독은 "김태군은 투수 리드와 수비력이 좋다. 우리 포수 대부분 경험이 적은 반면, 김태군은 경험도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NC 시절에는 타격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졌는데, 요즘은 콘택트도 좋아졌다"고 공격력까지 기대했다. KIA 포수의 리더를 맡게 된 김태군은 "KIA의 포수 포지션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앞으로 그런 평가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의 경험을 잘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류지혁이 KIA에서 좋은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군은 올 시즌 종료 후 개인 두 번째 FA 자격 얻는다. LG, NC, 삼성에 이어 KIA에서의 새로운 출발이 포수로서 가치와 능력을 다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동기부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형석 기자 2023.07.0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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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양의지·강민호는 없다, 세대교체' 항저우 AG 안방마님 누가 될까

세대교체에 돌입한 한국야구, 국가대표 안방을 차지할 새 주인공은 누가 될까.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참가할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가 9일 발표를 앞둔 가운데, 포수 포지션에 누가 발탁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AG 야구대표팀은 이전 국제대회와 다르게 꾸려진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느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번 대회부터 나이 제한을 걸었다.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로 최종 엔트리가 꾸려진다. 여기에 나이·연차와 상관없는 와일드카드 3명이 포함된다. 대표팀 안방도 자연스레 세대교체에 돌입한다. 그동안 대표팀 안방을 책임졌던 양의지(36·두산 베어스)와 강민호(38·삼성 라이온즈)는 물론, 박동원(33·LG 트윈스) 유강남(31·롯데 자이언츠) 장성우(33·KT 위즈) 등 30대 투수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지난 4월 말 발표한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포수 19명은 모두 만 10~20대이다. 문제는 경험 부족이다. 국제무대에선 투수를 리드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할 포수의 경험이 중요한데, 19명의 선수들 중 국가대표 경험이 있거나 리그에서 주전을 차지한 선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예비엔트리 선수들 중 성인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선수는 한승택(29·KIA 타이거즈)과 장승현(29·두산)뿐이다. 그마저도 연령 제한(만 24세 이하)이 있던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으로 성인 대표팀 경험이 있다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여기에 리그에서의 활약을 기준으로 한다면 포수들의 경험 부족 문제는 더 부각된다. 19명 중 올 시즌 규정 타석을 소화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고, 대부분 백업에 머물러있다. 지난 수년간 주전급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은 올 시즌 모두 주춤하다. 지난해 두각을 드러낸 김재성(27·삼성)과 김준태(29·KT)는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고, AG 엔트리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보근(24·롯데)과 김형준(24·NC) 역시 각각 백업(유강남)과 부상 등으로 올 시즌 출전이 적었다. 꾸준히 리그에 출전중인 선수들의 성적도 다소 저조하다. 이들 중 가장 경험이 많은 한승택은 타율 0.143 OPS(출루율+장타율) 0.427로 다소 부진하고, 신인 김동헌(19·키움)도 타율 0.224에 불과하다. 수비 성적도 아쉽다. 블로킹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Pass/9(9이닝당 허용한 폭투와 포일)에선 김동헌이 0.556으로 엔트리 선수들 중 가장 좋지만, 특출한 성적은 아니다. 김동현은 도루 저지(27.3%)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도루 저지율은 박상언(26·한화 이글스)이 42.1%로 가장 좋으나, Pass/9는 0.842로 높은 편이다. 누구 한 명도 도드라지는 선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국가대표 안방의 세대교체 문제는 시급하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가대표 안방은 강민호와 양의지 두 명이 양분해왔지만, 이들도 어느덧 30대 후반의 선수가 돼 국가대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새 얼굴을 빨리 발굴해야 하는 상황.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기점이 될 예정이다. 어떤 선수가 AG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윤승재 기자 2023.06.09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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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미트 대신 쭈꾸미 든 포수 허웅 “두 번째 삶, 고마운 분들 덕분”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입니다. 제가 받은 게 너무 많아요."허웅(40)은 지난 2017년까지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의 백업 포수였다. 박경완(현 LG 트윈스 코치) 정상호(현 SSG 코치) 등 주전 포수들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견실한 수비로 투수들의 신뢰를 얻으며 치열한 경쟁 끝에 1군 50경기에 나서 마스크를 썼다. 그랬던 허웅은 그라운드를 떠나 지금은 경기도 광명 소하동에서 가족과 함께 작은 철판 쭈꾸미집을 운영 중이다. 벌써 6년 차 '사장님'이다.어떤 야구인도 평생 야구장에 있을 수는 없다. 때가 다를 뿐 결국 모두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허웅에게 그 시간은 생각보다 조금 빨랐다. 허웅은 그라운드를 두 번 떠났다. 처음 유니폼을 벗었던 건 2006년이다. 2002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던 그는 상무 야구단에 불합격한 후 2006년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입대 직후 방출 통보가 날아왔다.허웅은 "포수는 상대적으로 기량이 터지는(숙성되는) 나이가 늦다. 포수로서 시작이나 다름없는 20대 중반에 방출됐으니, 정신적으로 참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넘어서기로 했다. 허웅은 "다행히 그때 부대에서 휴가를 주셨다. 부대 밖에서 힘든 기분을 모두 털어버렸다. 남은 복무 동안 계획을 다시 짰다"며 "당시 아버지는 함께 요식업을 하자고 하셨다. 나는 야구를 더 해보고 싶었다. 어머니도 날 응원하셨다"고 했다. 바로 야구로 돌아오진 못했다. 전역 후 허웅은 김해에서 부모님과 함께 호프집을 꾸렸다. 그러다 2008년 8월 일본 독립 리그로 넘어갔다. 간사이리그 키슈 레인저스에 들어가 8개월 동안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두 번째 기회가 왔다. 허웅은 "현대 시절 선수단 버스를 운전하셨던 백재현 기사님이 초등학교 선배님이셨다. 성격이 너무 좋으셔서 야구장에서 공도 주워주실 만큼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셨다. 그분이 현대 코치를 거쳐 SK 와이번스로 옮기신 금광옥 코치님께 나를 테스트해 볼 수 있냐고 물었고, 기회를 줄 테니 '몸을 만들어 와라'는 답을 들었다. 그렇게 준비 끝에 2009년 입단 테스트를 봤고, 육성 선수가 됐다"고 했다. 새 유니폼을 입었다고 끝난 건 아니다. 긴 퓨처스(2군)리그 생활이 그를 기다렸다. 그러다 2011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허웅은 "당시 박경완 선배님이 부상을 입으셨을 때다. 버티던 사람에게 기회가 왔던 것 같다. 1군 무대 한번 밟아보고 싶다는 희망 하나만 가지고 있었는데, 세 번째 포수였던 최경철 형도 부상을 당해 기회가 왔다"고 했다.간신히 오른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허웅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군 통산 50경기에 출전했고, 2017년 프로야구를 떠났다.은퇴 당시 34세.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허웅은 "당시 컨디션도 올라왔고, 준비가 돼 있었다. 1군에서 해낼 자신과 여유가 더 생겼을 때였다"며 "하지만 팀에 이현석, 김민식 등 어린 포수들도 있어 1군 백업으로 나설 기회가 없었다. 2차 드래프트도 노렸으나 끝내 날 지명한 팀은 없었다"고 했다. 허웅은 마지막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플레잉코치 보직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에는 '선수 허웅'의 자리는 없었다. 허웅은 "처음에는 플레잉코치라는 제안을 받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설렜다. 그런데 이성우 선배가 영입됐고, 포수로서 내 자리는 없어지게 됐다. 그때 '이제 끝났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2017년 허웅의 퓨처스리그 기록은 1경기 0타석. '선수 허웅'의 마침표였다.SK 시절 인연은 소중하게 남았다. 허웅은 야구장을 떠났지만, 그를 지도했던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사령탑으로 현장에 남아있다. 허웅은 "감독님은 늘 야구 생각밖에 안 하셨다. 뚜렷한 신념이 있으니 선수들이 믿고 따랐다"며 "저한테는 은인이다. 입단 테스트도 1군 선수들 훈련 도중에 치렀는데도 감독님께서 내 모습을 지켜보시고 좋게 평가해 주셨다"고 했다. 그는 또 "김성근 감독님께서는 야구를 놓고 편안하게 사시지 않는다. 야구하면서 순간의 아쉬움까지도 다 떠올리고 계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쭈꾸미집을 연 것도 가까운 이의 도움이 컸다. 그는 "선수 시절 갔던 맛집을 운영하셨던 오세종 사장님이 도와주셨다. 내가 유명한 선수도 아니어서 조용히 다녔는데, 사장님이 SK 팬이셨다. 술 한잔하며 형·동생으로 지내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야구인생을 마무리하면 식당 비법을 전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은퇴 후 '형님, 저 잘렸습니다'라고 전화했더니 웃으며 '좀 쉬다 와라'라고 하신 뒤 도와주셨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런 인터뷰를 하기 부끄러웠지만, 고마웠던 분들께 감사를 전하기 위해 응했다"고 덧붙였다.2018년 개업 후 6년 차. 크지 않은 그의 식당은 코로나19 직격탄도 버텨내며 살아남고 있다. 허웅은 "선수는 야구를 그만두면 막막할 때가 많다. 코치를 하고 싶어도 기회와 실력이 받쳐줘야 하니 쉽지 않다"며 "그래도 난 요식업이 내 성격에 맞았다. 밝은 편이라 손님들에게도 잘할 수 있었다. 포수로 투수들을 상대하는 게 익숙해 다른 이에게 맞춰주는 것도 성격에 맞았다"고 했다. 그는 "식당 운영은 맛과 친절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친절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친절하면 손님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며 "선수들은 매 경기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본다. 선수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면서 뛰어야 성공할 수 있듯 자영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야구장을 떠난 후 야구는 직업이 아닌 응원의 대상이 됐다. 허웅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늘 잘 됐으면 좋겠다. 김광현·최정 등은 후배지만, 내가 존경하는 선수들이다. 그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두 사람은 대스타인데도 예의를 잃지 않았고, 선배들을 존중해 주는 선수였다. 그래서 너무 멋지다"라고 했다. 허웅은 지난해 김광현이 메이저리그(MLB) 노사합의 문제로 귀국해 '엄정욱 파이어볼러 아카데미'에서 몸을 만들 때 공을 받아준 파트너를 맡기도 했다. 그는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영광이었다. 존경하는 후배가 왔으니 다 제쳐두고 갔다"며 "MLB를 다녀왔어도 옛날 내가 알던 김광현 그대로였다"며 웃었다. 두 번째 삶에 뿌리를 내린 그는 "손님들이 항상 물어본다. 야구와 장사 중 무엇이 힘드냐고. 그래서 항상 '그때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한다'고 말한다"며 "사회는 정말 치열하다.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때는 더 쉬고 싶고, 놀고 싶었다. 그래야 잘한다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 내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훈련량과 정신력을 갖췄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았다"고 했다.'선수 허웅'이 그랬던 것처럼 '사장 허웅'도 긍정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그는 "두 번째 삶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특히 정신이 건강하다면 말과 행동이 긍정적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좋게 하면 자신에게 좋게 돌아온다. 그게 이 일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허웅은 "매출은 내려가지 않고 꾸준히 오르고는 있다"며 "장사라는 게 만족은 없다. 매출이 오르면 그걸 평균으로 잡고 새 목표를 세우게 된다"며 웃었다.차승윤 기자 2023.05.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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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트레이드했으면 어쩔 뻔, 포수왕국에서 부상병동된 삼성

삼성 라이온즈 안방에 비상이 걸렸다. 제3의 포수였던 김재성(27)이 시즌 직전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15일엔 팀내 두 번째 포수였던 김태군(34)이 급성 간염으로 입원하면서 전력에 구멍이 생겼다. 설상가상 당일 경기였던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선 주전 포수 강민호(38)가 투수의 공에 손을 맞는 아찔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부상 순간 박한이 타격코치는 물론, 이병규 수석코치, 박진만 감독까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삼성으로선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강민호는 통증을 털고 무사히 1루에 진루해 마지막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안방이 초토화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은 피했지만, 삼성은 당분간 주전 포수 강민호 한 명으로 버텨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겨울을 생각한다면 삼성 안방의 위기는 상당히 낯설다. 지난해 강민호-김태군-김재성으로 이어지는 주전급 3포수 체제가 정착하면서 안방 걱정만큼은 없었던 삼성이다. 더 나아가 삼성은 포수 공개 트레이드까지 천명하면서 풍부한 안방 자원을 이용해 팀에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데리고 오려고까지 했다. 삼성의 의도대로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삼성은 오히려 여유로웠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시즌 초에 포수 부상 등 변수가 생기는 팀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삼성이 원하는 카드도 높았다.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3포수 체제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점에서 삼성은 아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부상 변수를 직접 맞이할 줄은 몰랐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나 한꺼번에 이탈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포수들의 줄부상에 삼성의 안방은 헐거워졌고, 마운드의 부진, 다른 야수들의 줄부상까지 겹치면서 시련의 4월을 보내고 있다. 당분간 삼성은 강민호 홀로 안방을 지켜야 한다. 수년간 백업 포수로 활약한 김민수(32)와 구단에서 차세대 주전 포수로 키우고 있는 이병헌(24)이 그 뒤를 받칠 예정이다. 김태군과 김재성이 없었던 2021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갔다. 강민호의 타격감이 좋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강민호는 12경기에 나와 타율 0.350(40타수 14안타), 3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72,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0.75(스탯티즈 기준)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체력 소모가 큰 자리인 만큼 38세 포수의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김재성은 5월까지 출전이 힘들어 보이고, 삼성은 간염으로 입원한 김태군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회복까지 몇 주가 걸리기 때문에 5월은 돼야 안방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포수왕국이었던 삼성에 위기가 찾아왔다. 윤승재 기자 2023.04.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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